2010년대~2020년대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세계유산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인간의 역사와 문화, 자연의 가치를 대표하는 장소나 전통을 보호하고 알리기 위해 지정되는 중요한 목록입니다. 한국은 그동안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여러 유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2010년대에도 중요한 문화유산들이 유네스코에 등재되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2010년대 ~2020년대 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새로 등재된 한국의 유산들을 소개해보겠습니다.
한국의 역사마을: 하회와 양동
14~15세기에 조성된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은 한국을 대표하는 역사적인 씨족 마을입니다. 뒤로는 숲이 우거진 산이, 앞에는 강과 탁 트인 농경지가 바라보이는 마을의 입지와 배치는 조선시대 초기의 유교적 양반문화를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두 마을은 500여 년 동안 조선을 이끌었던 양반들의 문화가 꽃핀 한반도의 남동부 지역에 있는데요, 주변으로부터 물질적, 정신적 자양분을 함께 얻을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마을에는 씨족 마을의 대표적인 요소인 종가를 비롯해 양반들이 기거했던 크고 튼튼한 목조 가옥, 정자와 정사, 서원과 사당 등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 주위로 평민들이 살았던 작은 흙집과 초가집 등이 배치돼 조화를 이루고 있지요. 하회와 양동에서는 조선시대의 사회구조, 유교적 양반문화 같은 전통이 오랜 세월 동안 지속되고 있습니다.
남한산성
남한산성은 조선시대에 유사시를 대비해 임시 수도로서 역할을 담당하도록 건설된 산성입니다. 서울에서 남동쪽으로 25㎞ 떨어진 험준한 산지에 위치해 있는데요, 산성의 둘레가 12㎞로 도시가 들어설 수 있을 만큼 넓습니다. 특히 남한산성은 다른 나라의 침입에 맞서 국가를 수호하기 위해 세운 산성이라는 점에서 한민족의 독립성과 자주성을 나타내는 상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남한산성에서는 통일신라시대의 옛 유적도 발견되는데요, 이는 7세기에 처음 성을 쌓은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고쳐 지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17세기에는 청나라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 성곽을 크게 증축하고 새로운 화포와 무기에 대비해 방어 시설과 건물들을 새로 세웠지요. 남한산성은 오랜 세월 동안 지방의 도성이었으면서 아직도 대를 이어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살아 있는 유산’입니다. 성곽 안쪽에는 오래전에 만들어진 다양한 형태의 군사·민간·종교 시설 건축물의 증거가 유적으로 남아 있지요. 세계유산위원회는 남한산성이 17세기 극동지역에서 발달한 방어적 군사공학 기술이 집대성된 산성으로서 한국의 산성 설계에 중요한 발자취를 남긴 점, 요새화된 도시를 보여주는 탁월한 사례라는 점을 높이 평가해 세계유산으로 등재했습니다.
백제역사유적지구
백제는 기원전 18년부터 기원후 660년까지 700여 년 동안 존속했던 고대 왕국입니다. 고구려, 신라와 함께 한반도에서 형성된 초기 삼국 중 하나였지요. 백제의 역사는 수도를 옮긴 시기에 따라 한성, 웅진, 사비 시대로 구분되는데요, 특히 웅진, 사비 시대에 백제는 이웃 나라들과 빈번히 교류하며 문화적 전성기를 구가했지요. 백제역사유적지구는 바로 이 시기에 백제의 옛 수도였던 3개 도시(충남 공주시, 부여군, 전북 익산시)에 분포된 8개 고고학 유적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공주 웅진성과 연관된 유적지로는 공산성과 송산리 고분군(고대의 무덤이 여럿 모여 있는 지역), 부여 사비성과 관련해서는 관북리 유적 및 부소산성, 정림사지, 능산리 고분군, 부여 나성, 그리고 끝으로 사비 시대 백제의 두 번째 수도였던 익산시 지역의 유적지로는 왕궁리 유적, 미륵사지가 있지요. 이들 유적지의 유산들은 475~660년 사이에 백제 왕국이 이룩한 빛나는 문화예술과 이웃 국가들과 나눈 교류의 역사를 증명해 주고 있습니다. 또 중국의 도시계획 원칙, 건축 기술, 예술, 종교를 수용해 백제화한 증거를 보여주며, 이를 통해 이룩한 백제의 세련된 문화를 일본 및 동아시아로 전파한 사실을 보여줍니다.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이하 산사)은 오늘날까지도 유·무형의 문화적 전통을 지속하고 있는 ‘살아 있는 불교 유산’입니다. 산사는 2018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되었는데요, 통도사(경남 양산), 부석사(경북 영주), 봉정사(경북 안동), 법주사(충북 보은), 마곡사(충남 공주), 선암사(전남 순천), 대흥사(전남 해남) 등 7개의 사찰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들 사찰은 종합적인 불교 승원으로서의 특징을 잘 보존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찰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모두 불교 신앙을 바탕으로 종교 활동, 의례, 강학, 수행을 지속적으로 이어오고 있으며, 다양한 토착 신앙도 포용하고 있지요. 산사는 경사가 완만한 산기슭에 자리잡아 주변의 숲과 시냇물 등 자연으로 사찰의 경계를 삼는 ‘개방형’ 구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또 자연환경에 순응해 최소 규모로 축대를 쌓고 사찰을 지었기에 건물의 배치가 비대칭적이고 비정형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사찰의 영역을 넓힐 때에도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따랐는데요, 그런 까닭에 곡저형, 경사형, 계류형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사찰 유형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서원
원은 지역사회에 기반을 둔 향촌 지식인인 사림이 건립한 조선시대의 성리학 교육시설의 한 유형인데요, 이 가운데 16세기 중반부터 17세기 중반까지 건립된 9개의 대표적인 서원들이 2019년 ‘한국의 서원’이라는 이름으로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됐습니다. 소수서원(경북 영주), 남계서원(경남 함양), 옥산서원(경북 경주), 도산서원(경북 안동), 필암서원(전남 장성), 도동서원(대구 달성), 병산서원(경북 안동), 무성서원(전북 정읍), 돈암서원(충남 논산) 등이 여기에 포함되지요. 이처럼 지리적으로 서로 접하지 않은 두 개 이상의 유산지를 포함한 문화/자연 유산을 ‘연속유산’이라고 합니다. 한국의 서원은 조선시대의 사회적 활동에 보편적으로 반영돼 있던 성리학을 교육하기 위해 마련된 교육체계이자 건축물로서, 당시 성리학을 전국에 전파하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서원은 초기 단계부터 정형화된 강당, 사우(선현의 위패를 모신 집), 누각 등 건축물의 적절한 배치로 탁월한 건축미를 보여주고 있으며, 주변의 경관 및 지형을 해치는 일 없이 오랜 시간 온전한 모습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갯벌
대한민국 황해의 동부 연안과 서남해안에 있는 이 유산은 서천갯벌, 고창갯벌, 신안갯벌, 보성-순천갯벌 등 4개의 구성요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유산에는 지질학적, 해양학적, 기후학적 조건이 복합적으로 결합되어 나타나는데 이로써 연안의 다채로운 퇴적 시스템이 발달하게 되었습니다. 각각의 구성요소는 4가지 갯벌 유형(하구형, 개방된 만입형, 다도해형, 반폐쇄형) 중 하나입니다. 이 유산은 전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종이나 위협종 22종을 포함하여 2,150종의 동식물이 보고된 생물다양성 수준이 매우 높은 곳입니다. 또한 이곳에는 47종의 고유종과 5종의 멸종위기종인 해양 무척추 동물의 서식지이며, 총 118종의 철새 종에게 중요 서식지이기도 합니다.
고유 동물상으로는 낙지, 칠게, 흰발농게, 갯지렁이, 달랑게, 서해비단고둥 등을 비롯한 퇴적물 섭식자(deposit feeder)와 각종 조개류와 같은 현탁물 섭식자(suspension feeder)가 있습니다. 이 유산은 지리적 다양성과 생물다양성 간의 연관성을 보여주며 자연환경에 의존하는 인간활동과 문화적 다양성을 보여줍니다.
가야고분군
‘가야 고분군’은 한반도 남부에서 1세기부터 6세기 중반까지 있었던 고대의 여러 정치 집단체제였던 가야연맹국들이 조성한 7개의 고분군으로 이루어진 연속유산입니다. (7개의 고분군: 경남 김해시 대성동 고분군, 경남 함안군 말이산 고분군, 경남 합천군 옥전 고분군, 경북 고령군 지산동 고분군, 경남 고성군 송학동 고분군, 전북 남원시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 경남 창녕군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
지리적 분포, 소재지의 특성, 매장 유형, 부장품의 내용물 등을 통해 이 유산은 문화적 공통성을 공유하면서도 자율적이고 수평적으로 정치를 할 수 있었던 독특한 연맹 정치체계의 가야 정치체제를 입증합니다.
7개의 고분군은 한반도 남부 여러 지역에 독립적으로 분포하는 7개의 가야 정치체제에서 최상위 지배층들의 분묘입니다. 각 고분군은 모두 국가 중심부의 구릉지에 있으며, 고분들은 오랜 기간에 걸쳐 조성되어 조밀하게 군집해 있습니다. 모두 똑같이 기념비적이고 정교하게 조성된 고분은 분산 분포되어 있고, 구릉지의 입지를 찾아 조성하는 관행을 공유한 것으로 보아 동일한 문화권의 영향을 받으며 살았던 대등한 권력을 가진 자율적인 정치 체제가 다수 존재했음을 입증합니다다. 모든 고분에는 특별한 유형의 석실을 갖추고 있으며, 독특한 형태의 토기가 출토되었습니다. 이는 각각 ‘가야식 석곽묘’와 ‘가야식 토기’로 알려졌습니다. 이러한 공통점은 가야연맹의 영토 경계를 식별할 수 있게 해줍니다. 가야 연맹 국가들이 대등한 수준의 군사력을 가졌음을 짐작하게 하는 철제 무기, 가야연맹에 수입되거나 교환된 교역품 등의 기타 부장품은 7개의 정치체제가 어떻게 정치적으로 대등하게 존재했으며, 내부적으로 동등한 지위를 유지했는지 보여줍니다.